-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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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분석 기업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는 지난 7월 일본 암 백신 및 표적항암제 개발 전문 회사인 OTS(OncoTherapy Science)와 합작회사 CPM(Cancer Precision Medicine)을 설립하기로 협의했다.
테라젠은 CPM을 통해 액체생검과 동반진단 관련 기술을 이용한 암 백신을 개발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에서 나아가 맞춤형 암 치료 서비스까지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액체생검과 동반진단 시대가 열리면서 유전체 분석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종 목표는 액체생검을 활용한 조기진단 시장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유전체 분석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해서다.
테라젠이텍스는 액체생검 '온코체이서(Oncochaser)'를 개발해 국내 대형 병원들과 임상 검증을 진행하는 한편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암 스크리닝 검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자회사 메드팩토에서 연구하는 항암제 신약 'TEW-7197'은 바이오마커와 연계해 개발되고 있다.
메드팩토는 테라젠이텍스와 공동으로 TEW-7197의 유전체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있으며, 치료 대상군을 좁히고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1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1/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는 메디젠휴먼케어도 미국 항체 신약 개발 기업과 손잡고 액체생검 키트인 '튜머첵'을 개발했다.
국내외 감독당국의 허가를 받는 대로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 혈액에서 혈장이나 혈청을 분리하면 다양한 DNA 조각들을 관찰할 수 있다.
백혈구 세포들이 자연 사멸하면서 유전체 DNA를 잘게 조각내 혈류로 방출함에 따라 생긴 것이다. 이 조각들을 '순환성 세포유리 DNA(circulating cell-free DNA·cfDNA)'라고 한다.
이때 종양세포에서 흘러나온 DNA 조각도 함께 섞이는데 이를 '순환성 세포유리 종양 DNA(circulating cell-free tumor DNA·ctDNA)'라고 한다. 튜머첵은 이 cfDNA를 증폭시켜 암세포에서 흘러나온 미량의 ctDNA를 검출한다.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는 "항체와 항원의 작용기전을 활용해 미량의 cfDNA라도 최대한 증폭시켜 검출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어떤 특정한 암인지는 모르지만 검사자의 핏속에 암조각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의 말처럼 액체생검을 이용한 조기진단에도 단점이 있다.
암세포가 있다는 것만 알려줄 뿐 어떤 암인지 알려면 추가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액체생검을 활용하면 영상으로 판독되지 않는 1기 이전의 암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만, 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더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유전체 기업들은 이런 분석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고, 진단 회사나 신약을 만드는 제약사와의 제휴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지금 암환자는 5년 생존율을 보는데, 튜머첵이 출시되면 훨씬 간편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기관을 통해 검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유방암과 대장암, 폐암, 난소암 등 4대암에 우선적으로 액체생검을 도입한다.
유방암은 임상시험을 거쳐 내년 론칭하고, 대장암은 2019년 론칭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장기이식 분야도 타깃이다. 환자에게 이식할 장기의 유전자를 분석해 거부반응을 예측하는 검사 등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과 후년에 신장과 간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한창 연구개발 중이다.
우리가 유전자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유전체 분석 기업에는 유리하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데이터베이스에는 대장암 등 고형암에는 이런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연구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우리 유전자 중 3만개 정도가 아직 기능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와 임상 근거가 쌓일수록 유전체 분석 기업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