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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젠휴먼케어는 글로벌 시대의 맞춰 최고의
서비스와 국민건강을
위한 끊임없는 세계화로
도약하며 실현하고 있습니다.

  • 2019.05.07
  • 5181
“新산업의 무덤, 할수 있는게 없다”… 바이오·IT ‘脫한국’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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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해외로 내몰리는 인재·기술 

유전자분석 기업 규제에 막혀 中·베트남·싱가포르로 ‘탈출’  

韓 최초 도심 자율車 개발팀은 실리콘밸리로 거점 옮겨 사업 현대차, 해외 車공유업체 투자  

블록체인기업은 벤처인증 제외 ‘스타트업 지옥’ 오명 못 벗어나
  

 


진국들이 미래 신산업 기술패권을 놓고 국가적 혁신과 규제 혁파에 나서고 있는 사이, 규제에 견디다 못한 한국의 미래기술과 인재들의 ‘탈(脫)한국’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 ‘신산업의 무덤’ ‘스타트업의 지옥’이라는 오명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7일 벤처와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전자 분석 기업들은 규제에 막혀 해외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비자 수요가 높은 질병 예방·관리 분야 유전자검사를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는 아예 서비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유전자 분석기업 ‘메디젠휴먼케어’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다. 이 기업의 신동직 대표는 “규제가 너무 심해 한국에서는 사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캐나다나 중국으로의 본사 이전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1세대 유전자분석 업체 ‘마크로젠’도 베트남 이외에 대만, 싱가포르 등 현지 업체와 진출을 추진 중이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는 웨어러블 의료기기 ‘카트’(CART)를 개발한 ‘스카이랩스’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금지하는 해묵은 의료법 때문에 미국, 유럽 등지에서 먼저 인증을 받아 제품 상용화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한국의 세계 바이오 시장 점유율을 현재 2%대에서 2025년 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밝힌 것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자율주행차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서승우 서울대 교수와 제자들이 사업거점을 미국 실리콘 밸리로 옮긴 것은 대표적 사례다. 서 교수와 제자들이 만든 국산 자율주행차는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시험 주행에 나서면서 택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느슨한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려면 도로교통법·자동차관리법 등 온갖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활약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도 사실상 금지돼 있다. 미국으로 거점을 옮긴 뒤에야 250만 달러(약 28억 원) 펀딩을 받고 미국 대기업과의 제휴에 성공해 서비스 상용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서 교수는 언론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사람을 키우고 고용해 사업을 할 만한 조건이 안된다. 짐 싸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해외 차량 공유 업체들에 연이어 투자했다. 지난해 1월 동남아 차량 공유 업체 ‘그랩’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7월 호주의 ‘카넥스트도어’, 8월 인도 차량 공유 업체 ‘레브’, 9월에는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미고’에 투자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를 잇는 이른바 ‘모빌리티 비즈니스 벨트’ 구축에 나섰지만 한국에서는 차량 공유 투자가 단 한 건도 없었다. 2017년 8월 카풀(차량 동승) 서비스 업체 ‘럭시’에 50억 원을 투자했지만, 택시업계 반발과 카풀 운행 규제에 부딪혀 지분을 모두 팔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기술의 향연장인 ‘소비자가전쇼(CES) 2019’에서도 5세대(5G) 이동통신과 함께 ‘키워드’ 기술로 부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벤처 인증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설립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 거래사이트를 오픈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국내 거래 환경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해외 거래사이트 진출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이었던 이재웅 쏘카 대표의 사퇴가 한국이 처한 현실을 잘 대변한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혁신성장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을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전달하고자 노력했으나, 그것도 한 발짝도 못 나가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의미심장한 그림도 화제였다. 그림 속에서 정부 당국자를 연상시키는 한 남성은 “당신의 제안은 혁신적이지만 나는 그것을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현재의 실패하는 절차들이 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